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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SunQ탈출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제 2의 '전역일'을 꿈꾼다

by awake_ning 2025. 9. 18.

-또 한 명의 '전역자'를 보냈다-
오늘, 또 한명의 퇴사자를 보냈다.
13년 넘게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숱한 퇴사자들을 봐왔다.
그중에는 가까운 관계도, 좋지 않았던 관계도, 심지어 층이 달라 생판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씁쓸함과 부러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그들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위병소 앞과 사무실 현관, 부러움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새 아주 먼 시절이 되어 버린,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군 시절, 
전역자를 바라보며 참 부러웠던 기억만은 생생히 뇌 속에 살아있다.
단순히 '부럽다'라는 단어로는 그 감정을 표현해낼 수 없다.
위병소를 나가는 고참의 등을 바라보며 미친듯이 부러웠고,
현실에서 쥔 삽을 내팽겨치고 싶을 정도로 몸서리가 쳐졌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 감정이 느껴진다.

퇴사자를 보면서 그렇게 부럽다.
가는구나, 좋겠다. 
내 삶의 안위나 안도의 감정은 당연히 감사한 것이 마땅하나, 
난 그 감사를 누릴 만한 처지가 안되는것 같다.
몸서리치도록 부러운 감정은 최근 1-2년 사이 심해졌다.

위병소는 마지막 날에서야 비로소 친밀감이 생긴다



-기다림의 끝이 정해져 있던 시절-
하지만 이내 깨닫게 된다. 군 시절과 지금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그때는 끝이 정해져 있었다. 
아무리 힘들고 고되도, 시간은 흘러갔고 
괴롭히던 고참은 떠나갔고,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온다는 명확한 '사실'이 있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전역'이라는 뜨거운 기쁨을 맛보았다.
전역날 아침의 그 짜릿한 기운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립다.

 


-나의 전역일은 내가 직접 정한다-
그러나 회사는 다르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내 차례가 오지 않는다. 
나의 '전역일'은 내가 직접 정하고, 내가 직접 쟁취해야만 한다. 
어찌보면 수동적인 군대시스템에 비해서는 능동적인 것이니 좋을 수 있다. 

아직 내게 남은 시간은 3년 4개월. 
오롯이 내가 책임지고 준비해야 할 능동적인 시간이다.

오늘 느낀 이 부러움을 그저 부러움으로만 남겨둘 순 없다.
이 질투를 자양분 삼아, 나의 '전역'을 준비하는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그렇기에 이 포스팅을 남겨두는 것이다.

 


-영점조절은 끝났다, 이제 실탄을 장전할 시간-
지난번 이력서를 정리하며 '영점조절'은 마쳤다. 
이제부터는 실탄을 장전하고, 나의 전역일을 향한 사격을 시작할 차례다.
3년 4개월, 열심히 노력하면 나도 언젠가 '만발 사격자'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