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벗어나면, 초현실? 과연..-
'쇼SunQ탈출'.
지난 몇 년간 내 삶을 지배해 온 화두다. 특히 40줄에 접어선 이후,
나는 이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꿈꿔왔다.
물론 단순히 회사의 삶이 힘들고 지겨운 것도 있지만,
앞으로 나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구체화됐기 때문인 것도 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이 '탈출'은 과연 무엇일까.
단순한 '도피(Escape)'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향한 '출애굽(Exodus)'일까.
-Escape: 뒤를 돌아보며 도망치는 것-
'Escape'는 현재 내가 회사에서부터 겪는 고통이 동기가 된다.
끝없이 떨어지는 갤러그 적 같은 업무들, 반복되는 무력감,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회사의 상황들.
이런 것들을 뇌까리다 보면 나는 그저 부정적인 투덜이 스머프가 되어감을 느낀다.
투정을 위한 투정은 건강치 못하다.
그러나 자꾸만 부정적 생각과 분노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모든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그저 '벗어나는 것'이 'Escape'의 유일한 목표다.
어디로 가는지보다, 어디에서 떠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충동적이고, 계획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탈출에 성공해도 또 다른 문제 앞에서 방황하기 쉽다.
3년 전, 나의 퇴사 시도는 명백히 'Escape'에 가까웠다.
-Exodus: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
반면 'Exodus'는 현재의 분노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보다는,
미래의 비전이 동기가 된다.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의 노예 생활로 인한 고통 때문에 떠난 것도 맞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가나안이라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40년이라는 광야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나 시간들이 순탄치는 않았으나,
'Exodus'는 명확한 목적지를 향한 계획적인 여정이며,
그 과정의 고난마저도 의미를 갖게 된다.
또한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계획'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나의 3년 4개월은 광야의 시간이다-
이 관점에서 앞으로의 3년 4개월을 다시 바라본다.
이 시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나의 모든 하루는 그 의미가 달라진다.
만약 나의 퇴사가 'Escape'라면,
앞으로의 3년 4개월은 그저 참고 버텨야 하는 '감옥살이'일 뿐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고통이고, 회사에서의 모든 순간은 무의미한 시간낭비가 된다.
사실 지금 이순간도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퇴사가 'Exodus'라면,
앞으로의 3년 4개월은 나의 '약속의 땅'을 향한 '훈련'이 된다.
고객과 마주하는 지긋지긋한 업무는 나의 인내심을 단련하거나,
또는 스케줄을 관리하는 부분에서 중요한 배움과 경험치 코스가 되고
업무를 벗어나 가끔씩 자전거 페달을 밟는 즐거움, 혹은 신체적 고통은
약속의 땅에 들어갈 체력을 기르는 훈련이 되며,
밤늦게 포스팅을 하는 피곤함은 나의 3년 4개월의 시간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뒤돌아 본 발자국'이 된다.
그렇다면,
회사에서의 하루하루는 더 이상 탈출하고픈 감옥이 아니라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광야의 훈련이 되야 하지 않을까?
늘 다짐하고, 또 깨어지는 일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더 이상 '도망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약속의 땅을 향해 가는, '출애굽'하던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나 역시 광야에서 묵묵히 발을 내딛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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