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침묵, 깨트릴 시간이 됐다-
3년 전, 그러니깐 사업의 구상을 하던 초창기.
자금의 여유가 있던 당시에는 장비를 닥치는대로 사모았다.
그렇게 마련한 소니a7s3.
프로 영역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영상용 카메라였다.
그러나 정작 그 최고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내 실력은 그에 비례하지 않았다.
상업을 포함한 실제 촬영을 6-7회 정도하고나서, 점점 카메라제습함에서 꺼내지 않게 됐다.
결국, 사업구상을 내려놓으면서 카메라도 결국엔 팔게 됐다.
그렇게 마무리가 되던 3년 전 기억을 떠올려본다.
-길고 길었던, 그러나 치열했던 탐색의 끝-
9월 초, 꽤나 묵직한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
택배를 받는 일은 언제나 기쁜일이지만, 정말 오랜만에 설렘을 느꼈다.
상자 위에는 'LUMIX'라는, 10년 전 나를 설레게 했던 그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2015년, 파나소닉 GX7 카메라를 처음 접했다.
함께 들어있던 번들 20mm 1.8 단렌즈로 담았던 파나소닉 특유의 색감이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특유의 색감 가득한 멋진 사진은 가능했으나,
영상용으로는 적합치 못했던 개념도 당시에는 없었다.
영상 촬영 시 초점을 잡느라 워블링이 심하고,
심지어 그 징징거리던 소리마저 영상에 담기던 기기.
그러나 그 묘한 색감이 좋았다.
잘생겼지만, 능력이 풍부하지만 '매력적이지 않은 것만 같은'
소니 기기보다 파나소닉을 더 좋아하는 이유였다.
-결국, 다시 파나소닉이었다-
카메라를 판지 만 3년 만에 다시금 카메라를 구매하기로 결심하고,
브랜드를 서칭해보았다.
현재도 영상 시장의 표준이라고 볼 수 있는 소니,
그리고 아름다운 색감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전통의 캐논 사이에서
나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공교롭게 두 브랜드 모두를 사용해보기도 했다.
상업 영상을 하려면 당연히 '대세'를 따르라고 내 머리는 속삭였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10년 전, 작은 GX7 카메라로 담았던
파나소닉 특유의 깊고 차분한 색감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은 화려함보다는 진득함이었고,
트렌디하고 호흡이 빠르기보다는 투박한 따뜻함이었다.
결국 나의 선택은, 파나소닉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시금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겠다는 조용한 다짐이었다.
-장점많은 똘똘한 '소년가장'-
구매한 카메라는 LUMIX S5IIX이다.
일단은 갓성비.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소니와 캐논의 중급기는 없었다.
소니a7m4 와 캐논 r6m2에 비해 그리 스펙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영상촬영을 함에 있어 늘 발목을 걸던 AF,
이것도 위상차 AF를 도입하고, 업데이트를 거쳐
af도사 '소니'를 넘지는 못하지만 쓸만한 수준은 됐다고 하는 것이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S5IIX는 장점이 많은 친구였다.
발열을 제어하는 냉각 팬이 있고
편집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문가용 코덱이 있어 파이널컷을 사용하는 나와 궁합이 맞았다.
그리고 SD카드를 대신해 휴대용SSD를 물릴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또한 루믹스의 싸나이다운 바디가 날 사로잡았다.
실제로 손에 쥐어보니 그 강렬함이 사뭇 달랐다.
내 기준으로 특징없는 '소니'보다는, 승모근이 발달한 캐논보다는
파나소닉 루믹스시리즈가 훨씬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포인트컬러로 레드를 곳곳에 새겨넣은 s5m2와는 비교되는 '올블랙'바디가 너무나 이뻤다.
이 친구를 통해, 다시금 영상의 세계에 들어가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내 실력에 비해서 차고 넘치는 기능을 가진 멋진 녀석이었다.
-일단은, 좋은 친구가 되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책상 위에는 새로운 카메라와 렌즈가 놓였다.
렌즈는 처음부터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만큼, 50mm단렌즈로 시작할 것이다.
인물 위주로 촬영하는 방법을 발줌과 손각으로 터득할 생각이다.
이제 무엇을 찍을 것인가?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나는 먼저 이 녀석과 좋은 친구가 되어보기로 했다.
전원을 켜고, 수많은 메뉴를 하나씩 만져보고, 설정을 변경해보며
지난 3년간 잊고 지냈던, 사업의 불씨를 다시금 붙여보는 시간이다.
이 녀석과 충분히 교감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나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낼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잘 지내보자, S5I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