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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logue

덜컥 사버린 자전거, 그 험난한 ROAD

by awake_ning 2025. 9. 21.

-안녕하세요. 자린이입니다. 로드자전거를 샀습니다-

갑자기 자전거를 샀다.

참고로 나는 성인이 된 이후 자전거를 산 적도, 탄 적도 별로 없다.

회사 워크샵에서 하루를 탄 기억 외에는 없는 것 같다.

 

그런 내가, 자전거를 덜컥 사버린 것이다.

그것도 로드바이크, 속도를 즐기는 그 자전거를 사고 말았다.

왜?라고 말한다면,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냥' 샀다.

 

처음부터 로드 자전거를 살 마음은 없었다.

당연히 자전거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고, '삼천리를 갈 수 있는 자전거'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퇴사를 준비하면서, 쉽지 않은 멘탈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네 동생들의 강추는 '자전거 라이딩'이었다.

 

그러나 속도를 즐기는 편도 아니고, 자전거를 타던 적도 없던 나에게 그 진입장벽은 너무 높았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자전거를 취미로 붙여보려 정보를 하나둘씩 모아보았다.

 

로드, 하이브리드, mtb(사실 mtv가 아직도 더 익숙하다) 등 종류가 많았다.

하이브리드가 젤 만만할 것 같았으나, 동생들의 의견은 달랐다.

 

"로드로 가셔야죠"

이 한마디에 줏대없이 로드를 알아보게 됐고 구매하게 됐다.

자린이 다운 슈퍼 패키지, 비닐봉다리의 임팩트가 너무 크다

 

-자이언트? 롯데 자이언트???-

"자전거는 좀 편하게 타야 하는 거 아니야?" 으레 그렇게 생각했다. 

동네 마실이나 가볍게 공원 한 바퀴 돌 생각으로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기웃거렸던 이유였다. 

 

그런데 동네 동생들의 강력한 꼬드김, 아니, '함께 라이딩을 하자'는 설득에 수긍하고 말았다. 

 

결국 내 손에 들린 것은 자이언트 SCR 2. 

안장이 손잡이보다 훨 높게 솟아 올라 있던 로드 자전거였다. 

 

애초에 자린이 중 자린이인 관계로, 새거를 살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입문용 로드 자전거를 두고 검색한 결과 였다.

 

그나마 주워들은 지식으로 '메리다 vs 자이언트'의 구도 (마치 LG 냐 두산이냐 같은 느낌이다)

중고거래로 그나마 저렴하게 득템했다는 기쁨도 잠시, 

나는 이 녀석을 집으로 끌고 오는 3.8킬로미터의 ‘대환장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안장이 이렇게 높을 수 있는건가 싶었다

 

-3.8km, 나의 대환장 ‘투르 드 프랑스’-

판매자분과의 중고거래를 마치고, 드디어 내 로드 자전거의 첫 라이딩을 시작했다. 

아니, 라이딩이라기보다는 '자전거와의 사투'에 가까웠다. 

 

로드 자전거는 안장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지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안장에 앉은 채 발을 땅에 디디려 했다. 

당연히 발은 허공을 갈랐고, 몇 번을 휘청이며 넘어질 뻔했다.

 

그때마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못 본 것 같았지만,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쪽팔림으로 인한 식은 땀이 정확한 것 같다.

 

그냥 하이브리드를 샀어야 하나?라는 반문이 나를 감쌌다.

3.8킬로는 당연히 레이스라고 부를 수 없었으나,

나에게는 '투르 드 프랑스' 이상이었다.

 

 

-체인 기름의 습격-

한참을 헤매며 라이딩 아닌 라이딩을 이어갔다. 

목적지는 집이었지만, 가는 길은 왜이리 험난한지. 

마지막 오르막길에서 내 다리 근육은 후들거렸다. 

 

로드 자전거는 기어 변속이 쉽다고 했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심지어 체인에 오른쪽 다리가 스쳤는지, 문질렀는지도 몰랐으나...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살펴보니 종아리에 검은 체인 기름이 길게 묻어 있었다. 

그것도 모른 채 페달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마른 세수가 절로 나왔다.

 

 

-마지막 관문, 그리고 넘어질 뻔한 엔딩-

우여곡절 끝에 아파트 단지 앞, 12차선의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여기만 건너면 집이다. 집이 이렇게 멀었던 가 싶었다.

 

이제 정말 다 왔다 싶었는데, 마지막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지로 들어가기 위해 다시 자전거를 멈춰야 했다. 

또다시 찾아온 정지의 순간. 멈추다가 역시나 휘청거렸다. 

이번에는 벽에 기대 겨우 넘어지는 것을 면했다. 

하마터면 집 문턱에서 자전거와 함께 나동그라질 뻔했다. 

 

총 3.8킬로미터의 거리를 45분 만에 주파했다. 

 온 몸이 땀으로 젖었고, 엉덩이는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그동안 아픈일이 없던 부위에서 느껴졌으며, 다리는 후들거렸다. 

 

나름 코어가 탄탄하다고 자부했는데, '슈퍼 레이스'로 인해 후들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았다.

 

-내 road는 험난하나, 기대된다-

로드 자전거는 편하게 탈 수 없는 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어색하고 힘든 여정 속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다음 라이딩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같았다.

 

이 어색하고 힘든 여정 속에서 다음 라이딩을 기대하는 마음이 아주 작게 싹트는 것도 같았다. 

아직은 편한 자전거가 좋지만, 언젠가 친구들과 팔당댐을 시원하게 달리는 날, 

이 녀석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될 것이라는 작은 희망.

 

3년 4개월 뒤의 퇴사 준비도 이와 같을 것이다. 

처음에는 넘어지고, 상처 입고, 때로는 끌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서툰 첫 페달질이 결국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끌 것이라 믿는다. 

다음 라이딩을 위해 ‘정지하고, 가는 법’부터 배워야겠다.

 

처음부터 시작이다.

지금 준비하는 ‘퇴사의 여정’처럼 말이다.